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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ly 5, 2020

“방법을 제발” 지식인 글까지… 최숙현은 늘 절박했다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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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고(故) 최숙현 선수가 지난해 3월부터 고소를 고민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발견됐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Q&A 서비스 ‘지식인’ 게시판에는 지난해 3월 27일 자신을 운동선수라고 소개하는 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운동선수인데 팀에서 폭행 폭언 사실이 아닌 소문으로 힘듭니다. 고소하고 싶은데 어쩌죠’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글은 “고등학교 때부터 실업팀에서 운동하면서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다”는 호소로 시작된다.

이어 “어릴 적에는 이 생활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상을 더 크게 보면서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그는 “팀 선배에게 ‘서운하다’고 했다고 신발로 뺨을 맞았다. ‘네가 뭔데 선배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라며 “손으로 안 때렸으니 자기가 때린 게 아니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왼쪽)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선배들은 사실이 아닌 거로 사람을 욕한다. 제가 있어도 제 욕이 아닌 것처럼 욕을 하고 운동하는 중에도 자기들끼리 제 욕을 한다”며 “저는 체급 종목이 아님에도 체중 조절로 항상 압박을 받기도 했다. 단 100g 때문에 많은 빵을 먹고 토하는 일을 반복시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살려달라고 빌어서 그만하는 지경이었다”며 “이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더 이상은 못 보겠다. (고소할) 방법을 제발 알려달라”고 썼다. 그리고는 ‘손해배상’ ‘폭행’ 등을 관련 태그로 덧붙였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이 글에 담긴 내용은 최 선수가 올해 초 작성한 진술서 내용과 일치한다. 폭행을 동반한 괴롭힘을 당한 이유와 가해자들의 행위 등이 똑같이 적혀있다. 체중조절을 이유로 ‘식고문’을 당했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해당 문의글이 최 선수가 작성한 게 맞다면, 그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폭행과 폭언 등에 시달려왔으며 지난해 3월 혹은 그 이전부터 법적 대응 의지를 드러내왔다는 의미가 된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 전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왼쪽). 오른쪽은 최 선수가 쓴 훈련일지. 그 안에는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YTN 보도화면 캡처

최 선수는 생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에게 이같은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해 내용은 회식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강제로 먹게 한 것,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 체중 조절 실패를 꾸짖으며 3일 동안 굶게 한 것, 슬리퍼로 뺨을 때린 것 등이다. 팀닥터는 최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올해 2월 가혹 행위를 한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두 달 뒤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사망 전날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진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 선수는 끝내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에 있는 숙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전 나이는 23세.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돼 안타까움을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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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5, 2020 at 03:5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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