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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4, 2020

이 멤버가 마지막...두산 FA의 가을야구 - 중앙일보 - 중앙일보

oleholah.blogspot.com "이렇게 같이 뛰는 게 마지막일 수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35)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마치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끼리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5년간 3회나 우승한 최고의 라인업은 올 시즌을 끝으로 보기 힘들다. '두산 왕조'를 이룬 황금 선수들이 대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0으로 승리를 거둔 두산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0으로 승리를 거둔 두산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개막 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두산 선수는 최대 11명으로 예상됐다. 이용찬·유희관·권혁·장원준·이현승(이상 투수), 오재일·최주환·허경민·김재호(이상 내야수), 정수빈(외야수), 정상호(포수) 등이다. 김재호·이현승·정상호는 FA 자격을 다시 취득하게 되고, 권혁·장원준은 과거에 취득한 FA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6명은 생애 첫 FA다. 그중 이용찬은 지난 6월 오른 팔꿈치 인대 수술로 시즌이 일찍 끝나면서 FA를 신청할지 미지수다. 장원준은 올해 2경기에 나와 1패, 평균자책점 12.71로 부진해 FA 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9명 중 준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유희관, 이현승, 허경민, 오재원, 오재일, 김재호, 정수빈 등 7명이다. 모두 주전급이다. 한 구단에서 이렇게 많은 핵심 선수가 FA시장에 나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가을 야구에서도 FA 선수들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오재원은 85경기에서 타율 0.232로 시즌 중반 주장직까지 내놨다. 그렇지만 준PO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4일 잠실에서 열린 준PO 1차전에서 2루타를 친 뒤 좋아하는 오재원. 정시종 기자

4일 잠실에서 열린 준PO 1차전에서 2루타를 친 뒤 좋아하는 오재원. 정시종 기자

두산은 올 시즌 전부터 이들을 모두 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오죽하면 두산 관계자가 시즌 전 "'FA 신청하지 않겠다'고 파격 선언이라도 해줬으면…”이라고 속내를 농담처럼 꺼낼 정도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입장 수입이 급감했고, 광고 수입도 줄었다. 
 
설상가상 올 시즌 초반 두산 구단의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야구단 매각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이런 여파때문인지 두산 구단은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납부해야 할 회비 15억원을 정규시즌 중에 내지 못했다. 두산 구단 측은 "11월과 12월 사이에 납부하기로 KBO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두산 구단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산은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였다. 잘 짜인 육성 시스템을 통해 매년 좋은 선수를 배출했다. 2017년 말 주전 외야수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2018년 말 주전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 등 걸출한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두산은 한국시리즈행 단골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주전급 9명 선수 중 서 너 명 이상이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육성을 잘하는 두산이라도 다음 시즌부터는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기는 힘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 시즌 끝나면 정말 문제"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두산 왕조의 마지막 해일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재원은 "(FA가 되는 선수들이) 말은 안 해도 모두 마무리를 잘하고 싶을 것이다. 이 멤버 그대로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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