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국회개혁’ 프로젝트 <세금도둑 추적 2020> ① 김정훈, 특정인에 '표절 연구' 몰아주고 세금 4천만 원 '펑펑'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숨겨놓았던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존재를 알게됐습니다. 이 국회예산은 연간 80~86억 원 규모입니다. 뉴스타파는 이 예산을 국회의원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검증하려 했지만 국회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소중한 세금을 쓰도록 했지만, 지출 내역은 물론 그 결과물인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없던 것입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은 ‘원문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기나긴 다툼 끝에 결국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대 국회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투입해 생산한 정책연구보고서 원문 1,115건 전부를 최초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타파와 3곳의 시민단체는 이 5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고 취재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정당 대표, 원내대표, 장관 출신 등 요직을 거친 20대 국회의원 54명의 정책연구보고서 202건을 1차로 검증 보도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의원직을 이어가게 된 현직 의원 105명의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 386건을 2차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대 국회를 끝으로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된 96명의 남은 527건의 검증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 주> |
조원진, 권석창, 김용태 전 의원... ‘국회 예산 낭비’ 확인
국민 세금인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표절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 보고서에 낭비한 전직 국회의원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올해 5월, 행정소송을 통해 확보한 20대 국회의원의 정책자료집, 정책연구 보고서 1,115건을 전수 검증한 결과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전 의원은 자신의 표절 정책자료집을 펴내는 데에 국회 예산 278만 원을 사용했다. 해당 정책자료집은 조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발간한 ‘한미 동맹 62주년 한미 관계 분석 및 전망’이다. 검증 결과, 자료집의 전체 분량 108쪽 가운데 91쪽, 약 84%가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베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저작물인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 보고서를 활용해 다른 저작물을 만드는 경우에는 출처 표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조 전 의원 측도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가 불거진 정책자료집의 내용 대부분은 국회입법조사처 홈페이지 등 인터넷으로 얼마든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한 건 당 보통 국회 예산 수백만 원을 들여 굳이 정책자료집을 펴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낭비된 세금을 반납할 의향이 있는지 조 전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물었다. 하지만 조 전 의원은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권석창 전 의원도 표절 정책연구 보고서에 세금 천만 원을 낭비했다.
권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지식재산연구소 모 연구위원에게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리고 ‘국내해양관할권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어업 규제를 위한 국제기준과 대응에 관한 연구’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확인 결과, 정책연구용역 수행자가 과거 한 학회에 실었던 논문의 내용과 약 82% 동일했다. 출처와 인용 표기는 없었다. 권 전 의원은 이 연구에 국회 예산 500만 원을 집행했다.
같은 해 권 전 의원이 한국행정법학회의 한 박사로부터 제출받은 또 다른 정책연구용역의 결과 보고서 ‘사회간접자본 민간투자사업의 공공성 확보방안과 입법 개선방안’도 마찬가지다. 정책연구용역 수행자가 출처와 인용 표기 없이 과거 자신의 학위 논문을 86% 가량 베껴 작성한 정책연구 보고서였다. 역시 국회 예산 500만 원이 들어갔다.
위 정잭연구보고서 두 건의 핵심 내용이 담겨 있는 원문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다. 국회 예산 천만 원을 들여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권 전 의원의 입장과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권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사용했던 휴대전화 번호는 없어진 상태였다. 권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권 전 의원의 개인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토대로 집 주소를 확인해 찾아가봤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인터넷으로 핵심적인 내용 대부분을 찾아볼 수 있는 정책연구 보고서에 세금 500만 원을 사용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11월,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에게 정책연구용역 2건을 맡겼다. 뉴스타파는 김 전 의원이 제출받은 정책연구 보고서 ‘문재인 정부 정치경제 철학 비판’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평가와 제언’을 검증했다. 그 결과, 해당 정책연구 보고서는 모두 90% 이상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내용이었다.
국회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전 의원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분석한 내용을 인용도 하고 소화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했었죠.
하여튼 제 입장에서는 제 의정 활동에 매우 도움을 받았던 거는 분명합니다.”
- 미래통합당 김용태 전 의원
낭비 세금 환수, 제도적 장치 없어...국회의원 vs 국회사무처의 '핑퐁 게임'
뉴스타파가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3년에 걸쳐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이어온 결과, 국민 세금인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낭비한 것으로 확인된 20대 국회의원은 무려 48명이다. 문제의 표절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 보고서는 모두 88건으로, 여기에 오남용된 국회 예산만 3억 4천 500만 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처럼 낭비, 오남용 사실이 드러나도 국회의원, 연구자 등이 반납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제도적으로 이 돈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 예산이 집행되기 전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보고서의 표절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도 전무하다. 국회의원실과 국회사무처는 서로에게 검증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국회의원실은 어디 할 것 없이 “의원실 차원의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회사무처에서 이 용역 과제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베끼기를 했는지, 아니면 너무 허술한지, 그런 것들을 체크를 한 다음에 결제를 해주든 아니면 용역을 했는데 만약에 ‘정말 베끼기를 했다’ 그러면 돈을 지급 안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걸 하라고 몇번을 얘기했어요.”
-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C씨
“정책연구용역비용을 주는 국회사무처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서 표절이 튀어나오면 그냥 이 연구비 못 준다고 해버리면 차라리 나은 것이지...”
-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D씨
반면, 국회사무처는 일관되게 검증 책임의 당사자가 국회의원실이라고 말한다.
“사실 같은 돈을 가지고 좋은 연구결과서를 얻는 게 국회의원의 목적이잖아요. 그런데도 국회사무처가 검증을 해줘야 된다고 하면…저희는 국회의원실의 예산 집행 업무를 대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이제 국회의원들이 '우리 연구용역 수행했으니까 돈 주세요' 그러면 돈을 드리는 거예요.”
- 국회사무처
뉴스타파는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지금까지 확인된 국회 시스템상의 허점을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현 21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입법과 정책개발비'와 관련한 설문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는 오는 17일 방송예정인 ‘국회의원 예산오남용’ 프로젝트 결산 특집다큐멘터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September 03, 2020 at 03:0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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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금도둑]③ 조원진, 권석창, 김용태 '예산 오남용'...환수 방법 없어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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