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의 풍경도 ‘비대면’으로 바꿔놨다. 이는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요양병원에 방문객의 발길이 끊긴 지는 오래됐다. 코로나19가 치명적일 수 있는 고령 환자들이 많기에 선제적으로 대면 면회를 금지한 요양병원들이 많다.
경남 창원 희연요양병원도 올해 추석은 비대면으로 보내기로 했다. 해마다 명절에만 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병원을 찾았었다. 가족이 오지 못하는 추석이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희연요양병원은 병원 내 마련된 피트니스센터나 커뮤니티실 등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식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입원 환자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영양사 4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조리사 인력도 확충했다. 그래서 한끼당 보통 32종류의 음식을 한다.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인력까지 추가로 고용한 희연요양병원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환자가 줄면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병원들처럼 희연요양병원도 입원보다 퇴원이 늘고 있다. 대면 면회가 금지되자 부모를 집으로 모시겠다는 가족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희연요양병원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보고 있다. 입원 환자 수가 감소한 상황을 이용해 기존에 추진하려 했던 병실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5~6인실을 4인실로 바꿔 병실 환경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국내 요양병원들이 롤모델로 꼽는 ‘희연요양병원'다운 행보다. 희연요양병원은 지난 2011년 국내 병원 최초로 환자 손발을 묶지 않는 ‘신체 구속 폐지’를 선언했고 입원 환자 욕창 발생도 제로로 유지하고 있다. 또 365일 내내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추신경계 재활센터, 로봇재활 치료실, 의료형 피트니스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정면대결…“위기는 곧 기회”
희연요양병원 김덕진 이사장은 지난 2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만성기의료협회장도 맡고 있다.
희연요양병원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일주일인 지난 1월 28일 감염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원내 방역 조치 등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 2월부터는 모든 직원과 출입자에 대한 발열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고 다중이용시설 출입 여부 등도 꼼꼼이 확인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요양병원들 대상으로 내놓은 방역 조치들을 희연요양병원은 이미 시행하고 있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방역 등 여러 형태로 업무부담이 늘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보호자 응대 부분 등은 업무부담이 줄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소홀했던 부분은 없는지 차근차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평소 힘들어했던 병원은 더 어려워지고 꾸준히 노력했던 병원들은 그나마 겨우 연명하고 있다”며 “외래 진료 중단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입원 환자가 10% 이상 감소해 경영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입원 환자가 줄어든 현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5~6인실을 4인실로 바꾸는 일을 해오고 있었는데 입원환자들이 많아서 속도가 느렸다”며 “내년까지 4인실화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코로나19 덕분에 그 시기가 빨리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피하지 말고 정면대결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시적인 요양병원 감염관리료…“눈 가리고 아웅”
위기는 기회라고 강조한 김 이사장이지만 정부 정책에는 분통을 터뜨렸다. 요양병원이 감염관리에 취약하다고 비판만할뿐 정책 지원 대상에서는 항상 배제해왔다는 지적이다. 감염관리료도 요양병원은 지난 3월에야 책정됐다. 그것도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입원 환자 1인당 1,150원이 적용된다.
김 이사장은 “요양병원을 고위험시설로 규정했지만 감염관리료는 일반 병원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마저도 한시적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정부는 감염관리를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조하면서 수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유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에 맞는 보상체계가 나와야 한다. 정책에 모순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원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요양병원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나무에 달린 사과도 저마다 상품 가치가 다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상품 가치가 없는 사과만 바라보고 비판한다”며 “문제가 있는 요양병원보다 질적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한 요양병원들이 훨씬 많다. 수많은 요양병원이 지역사회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기 위해 많은 전문 인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곧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노력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중심이 돼 상향 평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eptember 30, 2020 at 10: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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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희연요양병원답다’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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